올해 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진짜 휴식’을 찾고 싶었습니다. 피서도 하고 싶고, 걷고도 싶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고. 그렇게 떠난 3박 4일간의 강릉-양양-속초 여행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세 지역 모두 서로 인접해 이동이 편하고, 바다·문화·자연·음식이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단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모든 목적’을 충족시켜주는 여행이었습니다.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한 생생한 후기, 지금부터 공유합니다.
강릉 - 커피 향 따라 걷는 여름의 아침
첫날 아침,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두 시간 남짓 달리니 강릉역에 도착했습니다. 공기가 다릅니다. 바람이 다릅니다. 해안 도시 특유의 짭짤하고 상쾌한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오며 몸을 깨우는 기분이었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안목해변 커피거리였습니다. 커피거리 초입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에서 시킨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바로 앞 바다를 마주보며 앉았습니다. 파도 소리는 잔잔했고, 모래 위를 맨발로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배경음처럼 이어졌습니다. 커피향과 바다내음이 뒤섞인 이곳은 강릉이라는 도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후 오죽헌으로 향했어요. 여름답게 매미소리가 장관이었죠. 정갈하게 정비된 한옥 마당을 걸으며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마치 옛 강릉 사람들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 속에 흐르는 조용한 여름의 공기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점심은 초당순두부 마을에서. 생으로 먹어도 비린내 하나 없고 부드럽고 고소한 순두부가, 여름날 부담 없는 한 끼로 딱이었습니다. 근처 경포호수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소화를 시키니, 땀은 났지만 기분 좋은 피로감이 함께했습니다. 해가 질 무렵 찾은 경포대 누각에서는 붉은 노을이 호수에 비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그 앞에 앉아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양양 - 자유로운 바다와 청춘의 여름
둘째 날은 양양으로 향했습니다. 강릉에서 버스로 30~40분 정도.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여긴 확실히 ‘청춘의 동해’였습니다. 해변부터 다릅니다. 죽도해변엔 서핑보드가 줄지어 있고, 곳곳에서 레게 음악이 흘러나오며 사람들은 태닝을 하거나 파도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관람만 하려 했지만, 도전해보고 싶더군요. 죽도 앞 서핑샵에서 입문 강습을 신청하고, 처음으로 서핑복을 입고 보드를 끌고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몇 번이나 넘어졌고 물을 잔뜩 먹었지만, 어느 순간 ‘흐름’을 느끼게 됐고 짧은 시간 위에 선 그 짜릿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서핑 후엔 근처 감성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머리카락이 마르고, 뺨에는 햇살이 남아있었어요. 넓은 통유리 너머로 서핑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해변은 노란빛으로 반짝였습니다.
오후에는 낙산사로 향했습니다. 천년 고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래된 나무와 석탑, 범종이 주는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신비롭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낙산사 옆 언덕에 있는 홍련암. 바다 절벽 위에 지어진 이 작은 암자는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어서, 그 안에서 명상하듯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절로 차분해졌습니다.
저녁은 양양시장. 물회와 회냉면. 푸짐하게 담긴 회에 오이, 미역, 얼음 육수가 어우러져 땀을 식히기에 딱이었고, 이 맛은 양양이 주는 가장 솔직한 여름이었습니다.
속초 - 바다와 산, 시장과 사람들
셋째 날은 속초로 향했습니다. 오전엔 가장 기대했던 설악산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권금성 정상에 도착하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어요. 왼쪽으로는 울창한 산맥, 오른쪽으로는 동해, 그리고 아래로는 속초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시원한 산바람은 땀을 날려주고, 온 세상이 아래에 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산 후엔 곧바로 속초 중앙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닭강정 골목은 이미 줄이 길었고, 골목마다 튀김, 오징어순대, 어묵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그중 만석닭강정은 정말 바삭하면서도 속까지 양념이 잘 배어 있어 왜 유명한지 알겠더군요. 저는 따끈한 튀김과 시원한 수정과 한 잔으로 점심을 마무리했습니다.
오후에는 아바이마을을 찾았습니다. 손으로 줄을 당기며 타는 갯배 체험은 생각보다 아날로그하고 정겨웠습니다. 마을에 들어서자,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답게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졌고, 아바이순대는 고기와 야채가 조화롭게 섞여 쫀득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마지막 코스는 영랑호 자전거 산책. 붉게 물든 하늘 아래, 호수 위에 비친 노을과 자전거 바퀴 소리, 나무 사이를 가르는 시원한 바람. 말 없이 풍경을 담으며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강릉·양양·속초 여름 여행 완벽 가이드
강릉의 고요함은 마음을 쉬게 해주었고, 양양의 파도는 가슴을 뛰게 만들었으며, 속초의 정겨움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이 세 도시의 여행은,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이야기로 묶일 만큼 조화롭고 풍성했습니다.
만약 이번 여름, 어디로 떠날지 망설이고 있다면 강릉-양양-속초를 차례로 걸어보는 이 여정을 추천합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도시가 보여주는 모습도 달라질 거예요. 그리고 그 기억은, 올여름 가장 선명한 장면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