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 야근에 너무 힘이들어 주말마다 집에서만 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그냥 하루 날 잡고 서울 좀 돌아다니자.” 하고 친구랑 전화 통화 했어요. 사회생활 몇 년 하다 보니 서로 바빠서 만나도 밥만 빨리 먹고 헤어지는 게 전부였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놀아보자고, 주말 하루를 온전히 비워서 서울 데이트 풀코스를 계획했어요.
이 날은 정말 알차게, 연남동 → 익선동 → 한남동 → 성수동 이렇게 서울의 핵심 감성 지역들을 돌았고요. 맛집, 카페, 전시회, 산책, 사진까지 전부 코스에 넣어서 하루가 진짜 ‘짧은 여행’처럼 느껴졌어요. 오랜만에 가장 어울렸던 하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 오전 10시 – 연남동 테일러커피에서 브런치 시작
연남동은 학교 다닐때는 많이 갔지만, 요즘은 오히려 홍대보다 조용하고 감성 있는 분위기라서 선택했어요. 합정역에서 만나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테일러커피 연남점’으로 향했어요.
커피 맛집답게 브라운슈가 콜드브루는 첫 모금부터 깊고 달달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고, 같이 주문한 크루아상 샌드위치도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해서 브런치로 딱이었어요. 창가 자리에 앉아서 햇살 받으며 수다 떨다 보니 시간이 훅 지나가더라고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왜 이렇게 못 놀았지?” 하며 서로 최근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그 자체로 힐링이 됐어요.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이런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다시 느꼈죠.
🏘️ 낮 12시 – 익선동 골목 산책 & 감성 카페
연남동에서 택시 타고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익선동. 여긴 여전히 핫하고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분위기가 좋아서 언제 와도 질리지 않는 곳이에요. 특히 20-30대가 좋아할 만한 한옥 감성과 모던한 분위기가 공존해서 힙하고 골목 걷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요.
익선동 골목을 걷다 발견한 카페 ‘낫 컴플리트’에 들어갔어요. 외관은 전통 한옥 느낌인데, 내부는 세련된 인더스트리얼 무드라 반전 매력이 있더라고요. 2층 루프탑 자리에 앉아서 레몬케이크랑 라떼를 주문했는데, 진짜 그 조합이 너무 잘 어울렸어요.
사진도 엄청 찍었고요. 익선동은 카페뿐 아니라 중간중간 나오는 빈티지 소품샵, 향수 공방, 레트로 느낌의 편집숍 같은 곳들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친구랑 “여기 데이트하러 오면 진짜 좋겠다” 하고 말했는데, 사실 그날이 저희에게도 데이트 같은 하루였어요.
☕ 오후 3시 – 한남동 디올카페 & 리움미술관
감성 충전이 끝나고, 이제는 좀 더 특별한 공간을 가보고 싶어서 한남동 ‘카페 디올’로 향했어요. 여기는 진짜… 들어가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요. 건물도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 안에 있고, 내부는 고급진 인테리어와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정말 “여기 서울 맞아?” 싶은 공간이었어요.
가격은 솔직히 부담되지만, 저희는 오늘 하루는 아끼지 말자는 생각으로 디올라떼랑 라즈베리 타르트를 주문했어요. 맛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 공간에 머무른다’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사진도 잘 나와서 인스타그램 올릴 컷도 잔뜩 건졌죠.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리움미술관도 방문했어요. 현대미술 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큐레이션이 잘 되어 있어서 작품 하나하나 보면서 생각할 거리도 많고,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평소 전시를 잘 안 보는 친구도 “이런 데는 자주 와야겠다” 할 정도였으니, 확실히 추천해요.
🌇 저녁 6시 – 성수동 맛집 & 서울숲 산책
전시 관람 후에는 성수동으로 이동했어요. 성수는 항상 힙한 공간이 많아서 기대됐고, 저녁 식사는 ‘다운타우너 버거 성수점’으로 정했어요. 버거와 맥주 조합은 언제나 옳고, 저녁시간이라 웨이팅이 좀 있었지만 그만큼 맛도 분위기도 좋았어요.
식사 후에는 근처 디저트 카페 ‘사이드쇼’로 이동했는데, 여기도 진짜 대박이에요. 무화과 타르트와 자몽티 조합이 너무 깔끔하고, 공간 자체도 조용하고 아늑해서 하루 종일 걷느라 지친 발과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은 서울숲 공원 산책이었어요. 가을 밤공기는 선선했고, 벤치에 앉아 하늘도 보고,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조명도 바라봤어요. “우리도 어느새 서른이네” “시간 진짜 빨리 간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게, 이 나이쯤 되면 더 와닿고 뭉클하더라고요.
🧭 하루 코스 요약
- 오전: 연남동 테일러커피 – 콜드브루 + 브런치
- 점심~오후: 익선동 산책 – 감성 카페 낫 컴플리트 + 소품샵 구경
- 오후 늦게: 한남동 디올카페 – 디저트 / 리움미술관 전시 관람
- 저녁: 성수 다운타우너 – 버거 / 사이드쇼 카페 디저트 / 서울숲 산책
💬 마무리하며…
요즘 ‘힐링’이라는 단어가 흔하잖아요. 근데 이 날은 정말 그 단어가 찐으로 와닿았던 하루였어요. 어릴 땐 핫플 위주로 “인증샷 찍자!”에 집중했다면, 이젠 느리게 걷고, 앉아서 오래 이야기하고, 공간의 분위기를 함께 느끼는 것이 더 좋더라고요.
서울은 알고 보면 너무 매력적인 곳이에요. 하루 동안 이렇게 다양한 감성과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도시도 드물죠. 여행 가듯 계획하고, 사람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쓰면, 서울도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낀 하루였습니다.
30살이라는 나이에, 친구와 함께 보낸 이 하루는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 혹시 여러분도 일상에 지치셨다면, 저처럼 하루를 비워 서울 속 감성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