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의 조용한 골목길 속, 한적한 분위기와 정갈한 맛으로 사랑받는 일본식 소바 전문점 ‘소바마에’. 이곳은 자가제면으로 매일 신선하게 뽑아낸 메밀면과 깊은 맛의 쯔유(국물장), 그리고 감칠맛 가득한 청어조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특히 청어조림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정식 구성의 핵심으로 손님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감성적인 인테리어와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즐기는 한 끼 식사는 성수 특유의 여유와 정취를 담아낸다.
청어조림의 깊은 감칠맛, 정통 일식의 진수
소바마에의 가장 큰 매력은 ‘청어조림’이다. 일본 가정식에서 중요한 조리법 중 하나인 ‘니모노(煮物, 졸임요리)’를 기반으로 하여, 청어를 간장, 청주, 미림, 설탕으로 천천히 졸여낸다. 이렇게 조리된 청어조림은 짠맛보다는 단짠의 조화가 잘 맞고, 살이 부드럽게 풀리며 은은한 단맛이 감돈다. 특히 쫄깃한 메밀면 한 젓가락과 함께 청어 한 조각을 곁들이면, 일본 가정식의 정갈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청어조림은 ‘소바와 함께 먹기 위한 반찬’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일본에서도 ‘니신소바(청어소바)’로 불리는 메뉴가 교토 지역에서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교토의 찬바람이 부는 겨울날, 따뜻한 메밀국수 위에 청어조림을 얹어 먹던 문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소바마에는 그 전통적인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간 조절과 플레이팅을 더했다. 덕분에 단짠의 중독적인 맛과 메밀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한식과 일식의 경계를 부드럽게 넘나드는 독창적인 한 끼가 완성된다.
일본식 소바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전통의 흐름
소바(蕎麦)는 일본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면 요리다. 원래 메밀은 고대 중국에서 전해져, 헤이안 시대(8~12세기)에는 제사음식이나 귀족의 특별식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국수 형태의 소바’가 등장한 것은 에도시대(17세기) 이후로, 이 시기부터 메밀을 국수로 제면해 간장소스와 함께 먹는 문화가 대중화되었다.
에도 시대의 서민들은 빠르게 먹을 수 있고 영양이 높은 음식으로 ‘소바’를 즐겼다. 특히 서민 문화의 중심지였던 도쿄(옛 에도)에는 소바 전문 노점과 가게들이 즐비했다. 그때부터 ‘소바는 빠르고 정갈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현대에도 여전히 그 철학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식 소바의 가장 큰 특징은 ‘메밀의 함량’이다. 일반적으로 80% 이상 메밀가루로 만든 면을 ‘주와리 소바(十割そば)’라 하며, 밀가루를 약간 섞어 탄력을 높인 면은 ‘니하치 소바(二八そば)’라고 부른다. 소바마에에서는 이러한 전통 방식을 현대적으로 적용해, 메밀의 향을 살리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식감을 구현했다.
또한 소바를 구성하는 핵심은 면뿐 아니라 ‘쯔유’다. 쯔유는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와 다시마로 우린 다시 국물에 간장, 미림, 설탕을 더해 만든다. 이 진한 간장 베이스의 육수가 면의 담백함을 감싸며 감칠맛을 완성한다. 여기에 소바유(면 삶은 물)를 부어 마무리하는 문화는 일본 소바식사의 상징적인 피날레다. 메밀의 영양분이 녹아 있는 소바유는 단순한 국물이 아닌, ‘식사의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한 모금’으로 여겨진다.
소바마에의 소바유는 일반적인 끓인 물이 아니라, 제면 직후의 신선한 메밀 향을 그대로 담아내며, 쯔유와 섞었을 때 은은한 고소함이 더해진다. 이러한 디테일은 일본 정통 소바집의 전통과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부분이다.
자가제면의 정직한 맛, 한 그릇에 담긴 장인정신
소바마에가 특별한 이유는 ‘면을 직접 뽑는다’는 단순한 문장 그 이상이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메밀가루는 매일 신선하게 공급되며, 반죽부터 제면까지의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제면실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손님들이 면을 뽑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제면 과정은 생각보다 섬세하다. 반죽의 수분 함량과 실내 온도, 습도에 따라 메밀면의 질감이 달라진다. 장인은 이를 매일 체크하며 반죽의 상태를 조절한다. 숙성 시간을 충분히 두어야 메밀 본연의 향이 살아나고, 면의 결이 고르게 유지된다. 그렇게 완성된 소바마에의 메밀면은 탄력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한 젓가락마다 메밀의 향이 은은하게 전해진다.
쯔유는 매장에서 직접 끓인다.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넣고 3시간 이상 끓인 후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국물의 맛이 단단하고 깊다. 여기에 청어조림을 곁들이면 단백질의 풍미와 감칠맛이 배가되어 ‘한식의 정갈함과 일식의 세밀함’이 공존하는 맛을 완성한다.
감성적인 식사공간, 성수의 여유를 담다
성수는 요즘 ‘감성’과 ‘로컬리티’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소바마에는 이러한 성수의 분위기를 음식으로 구현한다. 나무의 질감이 살아있는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은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준다. 식기 또한 일본 도자기를 사용하여 전통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플레이팅은 한국적인 단정함을 잃지 않는다.
홀 안에는 시끄러운 배경음악 대신 잔잔한 재즈가 흘러, 식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혼자 와도 부담이 없고, 둘이 오면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점심에는 직장인들이, 저녁에는 커플과 미식가들이 주로 방문한다. 주말에는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음식을 먹는 시간’이 아닌, ‘식사라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곳은 진정한 감성식사 공간이라 불릴 만하다.
성수 청어조림 자가제면 메밀국수 맛집 소바마에
성수 소바마에는 일본식 소바의 전통과 한국적 감성이 만나는 공간이다. 청어조림의 깊은 단짠 조화, 자가제면의 정직한 면발, 그리고 감성적인 공간이 어우러져 단순한 식사가 아닌 ‘작은 여운’을 남긴다. 일본의 소바 문화가 가진 장인정신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곳에서, 메밀 한 젓가락의 향과 청어조림의 감칠맛을 함께 즐겨보자. 소바마에는 ‘한 끼의 품격’을 완성하는 성수의 진짜 맛집이다.